정보
오늘 소개시켜 드릴 작품은 벌써 제작된 지 23년이나 지난 영화임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한국 멜로 영화, <봄날은 간다>입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별 5개, 만점을 준 몇 안 되는 한국 멜로 영화 중 하나입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를 보고 '근 30년간 한국 멜로 영화 중 최고'라고 평했을 정도입니다.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현실적이고 담백한 대화와 연출, 카메라 워크가 내 주변에서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 관객들이 2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이 이만큼 다가왔다고 느끼는 순간 봄날은 간다. 우리의 봄날은 언제였는지, 어느새 나도 모르게 떠나가 버린 봄날을 그리워하며 영화를 통해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목: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개봉: 2001.09.28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15세 관람가)
국가: 대한민국
감독: 허진호
출연: 유지태, 이영애
러닝타임: 106분
줄거리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는 아버지와 고모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겨울 상우는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이영애)를 만나 같이 작업을 하게 된다.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은수는 상우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된다. 자연스레 가까워진 두 사람은 어느 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내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지만, 둘의 사이는 점점 계절과 다르게 냉랭해진다. 상우는 은수를 너무 쉽고도 깊게 사랑하게 되지만,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서서히 상우를 밀어낸다. 상우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지만, 결국 은수는 상우에게 이별을 고한다.
결말
봄날이 지나고 무더운 여름이 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상우는 은수네 집 앞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고, 다른 남자가 생긴 은수의 차에 흠집을 내며 복수를 한다. 이별의 상실에 빠져있는 상우에게 할머니가 다가와 이야기한다.
"떠난 버스와 여자는 붙잡는 게 아니야."
상우는 힘껏 울고 이별을 맞이한다. 시간이 흐르고 또다시 온 봄, 은수는 사소한 행동으로 상우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은수는 오랜만에 상우에게 연락한다. 은수는 멀어진 시간과 사이가 아무렇지 않은 척 대해보지만, 은수와 상우의 사이는 이미 되돌릴 수 없이 멀다. 은수는 상우의 할머니께 드릴 화분을 상우에게 건네지만, 상우는 다시 은수에게 돌려주며 끝이 난다.
후기
Good Points: 여백이 주는 사랑의 맛
20대 초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이 영화가 왜 이렇게나 인기가 많은 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잘 안됐습니다. 특히 은수(이영애)의 행동과 말은 미친 사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이성과의 이별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잦은 이별을 경험하고,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봄, 갑자기 문득 이 영화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땐 오히려 상우(유지태)의 행동이 미련해 보이고 이해가 안 갔습니다.
은수도 되어 봤다가, 상우도 되어 본 지금은 영화 속 모든 인물이 다 이해가 되긴 하지만요, 참 신기하죠?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는 상우의 질문에 볼 때마다 답이 달라지긴 하지만, 늘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사랑은 변하지 않죠. 사랑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렇게 2시간짜리 영화에도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처럼 사람이 변하는 겁니다. 내년에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 그땐 무엇을 느낄까요?
제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다르겠지만, 담백하고 현실적인 그림과 여백이 가득한 대화에서 사랑의 현실을 마주하게 만들어주는 경험은 참으로 씁쓸하고 공허하지만, 이런 게 또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별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