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고백>을 연출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대학생 때 좋아하던 감독이었는데요, 원작은 후카마치 아키오의 <끝없는 갈증>이라는 소설입니다.
원작 소설을 읽진 않았지만 참으로 충격적이고 잔인한 이야기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접목한 부분이 내용 전반적으로 등장하는데요, 그래서 영문 제목 또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걸로 보입니다. 상실, 결핍, 무관심이라는 토끼굴에 빠져서 이도 저도 못 하는 카나코의 발자취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온 것만 같은 영화였습니다.
"후지시마 카나코, 이 지상에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생명체"
여담으로 개봉 당시 소지섭 배우님께서 예술 영화를 개인적으로 수입한다는 이야기로 이 영화를 처음 접했었는데, 찾아보니 여전히 적자임에도 투자 수입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덕분에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전하며 <갈증> 이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목: 갈증 (The World of Kanako)
개봉: 2014.12.04
장르: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청소년 관람불가)
국가: 일본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출연: 야쿠쇼 코지, 고마츠 나나
러닝타임: 118분
줄거리
형사과에 근무하던 아키카즈는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아내와 외도남을 폭행한 이후로, 가족과 직장을 모조리 잃고 경비 회사에서 일하던 중 살인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취조를 받고 나온 이후 전 부인에게 딸, 카나코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딸이 사라졌다는 사실보다는 이 일로 인해 재결합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아키카즈는 영화 중반까지 기대감에 들떠 행동한다. 하지만 멀끔히 차려입은 양복으로는 감춰지지 않는 구멍이 난 양말처럼 그의 폭력성은 감춰지지 않고, 아내와 딸을 찾던 와중 아내를 범하고 때려서 결국 아내는 친정으로 도망가고 혼자서 카나코의 행방을 쫓는다.
아빠의 알코올 중독과 엄마의 외도로 인해 아무도 딸, 카나코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 친한 친구의 연락처도, 병원 기록도, 심지어 딸이 언제 실종됐는지조차도 카나코의 부모는 아무것도 모른다. 아키카즈는 카나코의 초중학교 시절 친구들, 담임 선생님, 정신과 의사한테 가서 물어본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실종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한다. 그러던 중 카나코의 중학교 졸업사진에서 지난번 살인 사건 용의자, 마츠나가를 찾게 되고 그의 가족에게 찾아간다. 아키카즈는 마츠나가 엄마한테 마츠나가에 대해 물어보지만 그녀 또한 자식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몰라 그런 쓰레기"
"그래 네 아들은 쓰레기야. 그 말은 부모인 너도 쓰레기란 말이야, 부모면 책임을 지라고."
앞서 일어난 살인이 모두 카나코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키카즈. 아키카즈는 자신의 집에 숨어 있던 야쿠자에게 마츠나가 부모에게 했던 말과 동일한 말로 카나코가 숨긴 것을 찾으라고 협박당한다. 목숨을 위협받은 아키카즈는 더 이상 자신의 딸을 찾지 않으려고 짐을 싸서 집에서 나오는데, 카나코의 동창이 아키카즈에게 카나코가 맡긴 열쇠를 전해준다. 그녀가 맡긴 열쇠 안에는 어린아이들과 지위가 높은 성인 남성들의 성매매 사진이 있다. 그 사진을 통해 아키카즈는 그토록 쫓던 자신의 딸, 카나코의 실체를 알게 된다.
3년 전 카나코는 마츠나가 무리와 어울리면서, 자신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친구들에게 그들이 좋아할 만한 말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마약 및 성매매가 이뤄지는 파티에 초대한다. 이러한 모습들을 마츠나가 무리는 촬영해서 그들을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하게 협박한다.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던 보쿠 또한 카나코를 좋아하고 있다. 보쿠는 카나코에게 투신자살했던 카나코의 전 남자 친구, 오가타처럼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카나코는 오가타처럼 되고 싶다는 보쿠를 파티에 초대하고 오가타처럼 만든다.
결말
카나코의 사진을 통해 배후에 경찰이 있다는 사실과 카나코가 다니던 정신과 의사 또한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키카즈는 의사에게 가 카나코에 대해 다시 묻는다. 의사는 아키카즈가 과거에 카나코를 죽이려고 했던 일을 말해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키카즈는 점점 딸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접 죽이기 위해서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아키카즈는 또다시 야쿠자에게 납치당하는데, 거기서 마츠나가를 통해 사실을 듣게 된다. 사실은 오가타를 죽게 만든 원인은 마츠나가 패거리였고, 오가타의 복수를 위해 카나코가 접근한 것이었다. 카나코는 성매매 사진을 모아 회원들에게 유포하였고 이 일로 인해 두목이 화가 나 계속된 살인이 벌어진 것이었다. 아키카즈를 살려줄테니 두목이 기르는 개, 현직 경찰을 처리하라고 시킨다. 현직 경찰의 가족을 납치한 아키카즈는 카나코와 교환하기로 만나는데, 현직 경찰의 "너도, 딸도 죽이겠다."는 말에 카나코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한다.
그렇게 안간힘을 써서 에덴 호텔로 카나코를 만나러 간 현재의 아키카즈와 3년 전의 보쿠. 결국 두 남자는 자신들이 그토록 죽이고 싶어 했던 카나코를 죽이지 못한다. 아키카즈는 성매매 사진 중에서 카나코의 예전 담임 딸의 얼굴을 발견하고, 예전 담임을 찾아간다. 카나코는 담임의 딸에게까지 접근하였고, 그 일로 인해 화가 난 담임이 카나코를 살해해 넓디넓은 설원에 묻어 버렸다. 아키카즈는 자신의 손으로 반드시 죽이겠다며 카나코가 묻힌 곳을 파헤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후기
Good Points: 정신 사나운 연출 및 편집
"어떤 시대가 혼란스러워 보이는 건 보고 있는 자의 정신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 Jean Cocteau
처음 영화가 시작하면 이 문구가 나옵니다. 그 문구에 맞는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을 먹은 거처럼 정신을 쏙 빼놓는 연출 및 편집들이 계속됩니다. 클로즈업과 풀샷, 정적인 이미지와 동적인 이미지, 욕밖에 없는 대사 또는 잔인한 이미지와 성스러운 배경 음악, 무채색과 강렬한 색감, 슬로우와 패스트 등 극적인 요소들을 계속 교차하면서 중반부까지 카나코와 함께 토끼굴에 빠진 것처럼 이상한 나라로 들어온 것만 같은 흡입력을 보여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재를 교차로 편집해서 이미지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도 정신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계속 날짜를 표기해 주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게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줄 정도로 복잡하진 않습니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전작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서 우울한 내용과 대비되게 동화틱한 이미지와 뮤지컬 음악을 사용해서 비참함은 중화되면서 내용의 몰입은 배로 만드는 연출을 좋아했었는데요, 그와 동일한 효과로 <갈증>에서는 애니메이션이 가미된 씬들이 중간 중간에 나옵니다. 특히 파티 씬에서는 광적으로 짧은 컷들과 이미지 효과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카나코의 배경 음악이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줄게" 하는 것처럼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Bad Points: 내용을 조금 덜었어도
중후반부터는 납치 > 카나코의 이야기 > 납치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내용 및 구성이 많아서 아무리 비주얼 쇼크인 이미지들이 계속 지속되어도 지루함이 느껴집니다. 더욱이 선정성이 높은 소재와 이미지들이 많아 피로도 또한 높아져 이미지보다는 스토리텔링이 우선인 관객에게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정신 나갈 거면 애매모호하게 말고 이렇게, 정말, 확실히
별점 ★ ★ ★ ★ ☆